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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 교사들의 방어적 수업
작성자 : edulab1   조회수 : 559

교사들의 방어적 수업

 

   프로이트는 인간행동의 작동원리를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ego)라는 세 힘의 겨루기로 설명한다. 그 중 에고는 자아로써 나 자신을 스스로 분명히 의식하고 있고, 또한 타인이 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표피적인 . 이드와 슈퍼에고는 암흑 속의 이거나 아니면 빙산의 일각을 제외한 물 밑 속 거대한(?) 또 다른 . ‘의 행동은 이들에 영향을 받는다. 정신분석의 대가 프로이트의 생각이다. 이드와 슈퍼에고가 자아보다 힘이 강할 때, 즉 타인이 감지한 가 아닌,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의 모습이 타인의 눈에 빈번하게 나타날 때 프로이트는 이 모습을 부적응 행동이라 부르고 의학적으로 정상이 아닌상태로 분류하였다. 우리는 이 두 양극단의 부정적인 를 최대한 희석시키려 한다. 에고는 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인간은 타인을 늘 의식하니까. 그러나 우리가 늘 제정신, 즉 완전한 에고의 상태로 살 수는 없다. 자아는 늘 이 둘의 힘에 휘둘린다. 자아는 특히 이드의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 심리학자 허태균의 책<가끔은 제정신, 2012>처럼 가끔만 제정신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두 힘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자아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이런 노력을 프로이트는 자아방어라고 하였다. 자아를 방어하는 기제(mechanism)는 다양하다. 자아방어기제는 일종의 자아방어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학교의 교사도 경우는 마찬가지다. 교실 속 교사는 학교라는 슈퍼에고와 학생이라는 이드 사이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교사는 가끔 양심(슈퍼에고, “교사는 완벽해야 해”)과 본능(이드, “교사도 사람이야”) 사이에서 갈등한다. 양심적인 행동도, 본능이 지나친 짓(?)도 상처받기는 매 마찬가지다. 특히 수업 중 교사는 좋게 말하면 늘 방어적이고(슈퍼에고) 나쁘게 말하면 핑계(이드)가 많다. 핑계는 종종 거짓말과 순수하지 못한 양심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교육에 관한 새로운 사회학적 관점(미시적 관점)을 제시한 맥닐(J. McNeil)은 수업 중 이런 갈등에서 벗어나려는 교사들의 몸부림을 자기방어적 수업 전략이라고 했다. 맥닐의 연구에 의하면, 교실에서 많은 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는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구조적 방어의식을 갖게 된다. 교사의 교실에서의 방어의식은 수업상황에서는 방어적 수업으로, 생활지도 상황에서는 학생다움을 강조하는 강제적 규율로 나타난다. 방어적 수업은 또한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주입식 수업으로 나타난다. 교사들이 강의식, 주입식 수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교과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교과 목표 및 수업의 효율성 제고라는 서로 상충되는(갈등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강의식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의시과 주입식 수업은 교사 자신이 잘 아는 내용과 잘 모르는 내용을 분별하여 가르치기가 쉽다는 의미다. 잘 아는 내용만 가르치면 마음의 갈등은 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실 상황에서 발생하는 교사의 구체적인 방어적 수업 전략으로 첫째, 단순화(simplification) 전략이다. 교사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지식과 정보를 단순화(단편화)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이때 정보와 지식 간 맥락은 중요치 않다. 둘째, 신비화(mystification) 전략이다. 이 전략은 논의의 여지가 있는 복잡한 정보와 지식을 신비화시켜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깊이 있게 파고드는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질문은 사절한다는 의미다. 셋째, 생략(ommission)전략이다. 논쟁하기에 적합지 않은 복잡 미묘한 정치와 시사문제와 관련있는 자료나 그 자료를 판단하는 관점은 생략하는 전략이다. 아주 정치적인 교사도 있긴 하다. 넷째, 방어적 단편화(defensive fragmentation) 전략이다. 교사가 학생들이 능력이 모자라 어려운 주제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학생들에게 이 주제는 깊이 있게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학생들이 교사에게 저항하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수업에 잘 협력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맥닐이 밝힌 교사의 방어적 전략은 초임 교사 시절 고3 수업 시간에 즐겨 사용했던 나의 전략들이기도 하다. “이건 몰라도 돼”, “이 내용은 시험에 잘 안 나와등등. 지금도 종종 이 전략을 사용하긴 하지만 초임교사 시절보다는 훨씬 덜하다. 초임교사 시절 수업을 끝내고 걸오오는 복도기 왜 그리도 길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실력이 부족하여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맥닐의 전략들은 교실에서 교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그리고 때론 차선의 자아방어기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구조적 방어의식은 많은 초임교사가 겪는 심리적 혼란이다. 이드와 슈퍼에고 사이에 낀 에고가 상처받지 않을 뾰쪽한 방법은 없는 듯하다. 인간이라면 누가 상처받기를 원하겠는가. 방어적 수업은 교사의 생존전략 중의 하나다.

   하여튼 우리 교사들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방법 외는 없다.

 

 

<참고문헌>

 

이인효 외(1991). 교육과 사회. 서울: 교육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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