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삶의 제1 원동력, 사랑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본주의(humanism)철학자로서 개인의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아실현이란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지니며 그 자체 교육의 목적이며 인생 최고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자아실현의 개념으로 반드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본질이 갖고있는 잠재적 능력과 가능성을 완전히 발휘하는 것과 질병, 신경증, 정신병 또는 기본적 인간 능력의 상실 혹은 감퇴 등이 가장 적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 욕구를 차원이 다른 여러 단계로 구분하고 그것을 욕구의 위계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욕구를 정리하면 신체적인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욕구, 자존심에 대한 욕구,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들은 결핍 욕구와 성장 욕구로 나눈다.

사랑은 다른 신체ㆍ심리적 욕구와 더불어 인간의 자아실현에 큰 몫을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 사랑은 어떠한 속성을 지닐까. 우리나라 10대부터 60대까지의 남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사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사랑은 공통적으로 믿음, 희생, 노력, 이해, (무언가를)주는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연령대에 따라 인식의 차이를 보였는데 젊은 사람들은 주로 사랑을 성적 흥분이라고 응답하였고, 중년의 사람들은 일상 혹은 책임감, 노인들은 주로 상호의지라고 대답하였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은 없으며 연령과 성별, 지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나와 다른 개체 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강한 정서를 사랑으로 보았다(김민수, 2015).

사랑은 인간의 마음이며 생존에 필수적이다. 만일 인간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못 느낀다면 동물처럼 부모가 배고프다고 자식을 잡아먹는 끔찍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랑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면 사랑은 다윈(Darwin)의 자연선택의 원리(principle of natural selection)에 의해 점차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늘어나는 이혼율, 낙태, 폭력과 폭행, 근친 살인 등을 보면 진정 사랑이 계속 진화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데 퇴화한다는 것은 인간 생존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의 퇴화를 막기 위해선 사랑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박성암, 2010). 인류의 계속적인 생존을 위해 사랑의 진화는 막을 수 없다.

좋아함과 사랑하는 것이 몇 가지 같은 주요 전제조건을 공유한다면, 사랑은 좋아하는 것이 좀 더 진전(진화)된 버전인가? 사랑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은 없는가? 사랑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똑같은가? 인간은 수 세기에 걸쳐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답은 찾지 못했다. 사랑을 정의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사랑이 단일 차원의 심리상태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체험되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현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Cialdini, R. B. et al. 2015).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와 방식을 포함하여 사랑에 관한 많은 주제들을 연구해 왔다. 이 가운데 중요한 발견은 사랑은 단순히 매우 강한 호감과는 질적으로 다른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사랑의 경험은 다양한 문화권에 걸쳐서 매우 유사하게 나타난다(Kosslyn, S. M. et al. 2011). 그러면 당신은 사랑의 중요한 특징으로 무엇을 꼽겠는가? 최근, 사랑을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배려, 챙겨주기, 신뢰, 친밀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막연한 표준에 해당하지 않는 심장박동수 증가, 희열, 욕정 등 다른 특징도 많이 거론된다. 이런 사랑의 다양한 특징들을 더 좁은 범위로 압축하면 열정적인 사랑과 동반자적 사랑 두 가지 공통적인 기본형을 갖는다. 여기에 세 번째 요소를 추가한 사람이 스턴버그(Robert Sternberg)와 그의 동료들이다. 그들은 이를 사랑의 삼각형(triangle of love)이라고 불렀다(Aronson, E. 2012). 스턴버그와 그의 동료들은 수많은 사랑의 요소(부모의 사랑, 낭만적 사랑, 우정, 성애, 동포애, 형제애, 모성애, 열애, 가족애, 풋사랑 등)를 비슷한 개념끼리 묶어(요인분석)사랑을 세 가지 필수 요소로 ‘친밀감’과 ‘열정’, ‘헌신’을 제시하였다.

먼저, 심리학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 동반자적 사랑과 열정적 사랑을 알아보자. 동반자적 사랑(companionate love)은 위의 사랑의 요소 중 부모의 사랑, 모성애, 가족애, 동포애 등에 속하고, 이는 자신의 삶과 깊이 관련된 사람에게 느끼는 애정이다. 나머지는 열정적 사랑(passionate love)의 요소이다. 열정적 사랑이란 누군가와 하나가 되려는 열망을 강하게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사랑을 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이 지배적이지만 친구나 가족에게 느끼는 동반자적 사랑을 자녀를 돌보고 싶어 하는 감정인 양육적 사랑(nurturant love)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한편에는 다른 사람에게 돌봄이나 보호를 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관련된 애착적 사랑(attachment love)도 있다(Cialdini, R. B. et al. 2015).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

다음은 사랑의 요소를 요인분석한 스턴버그의 사랑의 세 가지 필수 요소를 살펴보자.

첫째, 친밀감(intimacy)은 가까움과 감정의 공유를 포함하는 정서 요소이다. 정서적 공유와 지지 등으로 둘 사이에 가깝게 느끼는 정서를 말한다. 즉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고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모든 것을 공유하고자 하며, 서로를 편안해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동기 요소인 열정(passion)은 생리적 각성을 향한 성적 매력과 욕망, 상대에게 몰입하고 연모하는, 즉 사랑에 빠져든 낭만적인 느낌이나 끌림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성적 욕구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지만 자아존중감, 타인과의 친화, 타인에 대한 지배와 복종, 자아실현 같은 욕구들이 열정에 기여하기도 한다(문은식 외, 2018). 그리고 셋째, 헌신(commitment)은 인지 요소로서,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식적인 결정, 즉 장기적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최선을 다하여 관계를 영원히 유지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이들 중 어느 것 하나 없는 밋밋한 관계, 비사랑과 이들 3요소가 모두 갖추어진 완전한 사랑을 포함하여 각 요소를 조합하면 8가지 사랑의 유형(<표 1> 사랑의 유형)이 나온다.

▼ 표 1사랑의 유형

당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느 유형의 사랑인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그들의 사랑을 이 세 가지 요소의 측면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3요소가 독립적으로 관계 만족도를 구성하고 있으며, 헌신이 강하면 자신의 애정 관계가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였다. 두 남녀가 첫눈에 반하여 매일 만나는 것은 열정 때문일 것이다. 자주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이해하면서 열정을 바탕으로 친밀감을 더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가 더욱 성숙하여 간다. 이 과정에 상대방에 대한 책임과 헌신이 생기면서 결혼 또는 동거라는 사회적 계약 단계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열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게 되고 친밀감과 헌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완전하고 이상적 사랑은 친밀감과 헌신에 열정이 어우러져 있는 사랑이다(한규석, 2017).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인간은 아무 사랑이 아닌 비사랑에서 시작하여 완전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8가지 사랑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사랑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섞은 인지 그리고 신체적 혼합물이다. 우리는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고 사랑에 속고, 사랑을 믿으며 오늘도 최고의 선, 사랑의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로 분류되는 크로마뇽(Cro-Magnon)인의 영원한 생존을 위해.

<참고문헌>

김민수(2015). 사랑의 유형이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문은식, 박선환, 정미경, 최순영(2018). 대인관계심리학. 고양: 공동체.

박성암(2010). 사랑의 진화와 퇴화. 대진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한규석(2017). 사회심리학의 이해. 서울: 학지사.

Aronson, E.(2014). The Social Animal. 박재호(역). 인간, 사회적 동물. 서울: 탐구당(원저 2012 출판).

Cialdini, R. B., Kenrick, D. T., Neuberg, S. L.(2020). Social Psychology: goals in interaction. 김아영(역). 사회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서울: 웅진지식하우스(원저 2015 출판).

Kosslyn, S. M., & Rosenberg, R. S.(2012). Psychology: The Brain, the Person, the World. 이순묵, 도경수, 서용원, 최훈석, 장혜인(역). 심리학개론. 서울: ㈜피어슨에듀케이션코 리아(원저 2011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