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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혁신 자료 및 사례] 대학, 평생학습사회의 허브
작성자 : Edu연구소2   조회수 : 436

[이정동의 축적의 시간] 기술과 인간의 경쟁, 학습사회로 가야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00:33

 

21세기 노동시장의 고민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고객의 선호에 맞추어 커피를 뽑아주는 로봇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중 한 체인점은 이미 100호점을 열었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에 점점 익숙해지면, 전국 방방곡곡 8만 개가 넘는 카페의 수많은 바리스타와 아르바이트생들은 어떻게 될까.

AI 급성장해 인간 일자리 빼앗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학습사회

대학, 학습사회 전환에 중요 디딤돌

신기술 익히는 평생학습 허브 돼야

 

모라벡(Moravec)의 역설은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 어렵다는 말로 요약된다. 단순 반복작업이 아니라 인지나 판단이 필요한 작업은 컴퓨터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인데, 최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이 역설마저 깨지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분야인 법률시장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2018년에 이미 국내 한 법률회사가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계약을 맺었고,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인간변호사 9팀과 인공지능과 인간의 연합팀 3팀이 벌인 자문대결에서는 인공지능 연합팀이 1위에서 3위까지를 모두 차지했다. 흥미롭게도 올 1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변호사와 로스쿨 재학생 대상의 인식조사에서는 인공지능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과연 인간의 낙관적 전망이 얼마나 오래갈지 지켜볼 일이다.

산업의 발전과정은 혁신적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산업이 낡은 산업을 밀어내는 창조적 파괴가 핵심이다. 그 와중에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가지 못한 사람들은 실업으로 내몰린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상을 기술실업이라고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실업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1920년대 이미 케인스가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 과제로 기술실업을 꼽았을 정도로 오래된 고민거리다. 사라지는 직업의 저항도 계속되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0212월 국내의 한 법조인협회는 인공지능 기반의 법률 자문서비스를 처벌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로봇이 바리스타 대신 커피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처럼 없어지는 일자리는 눈에 보이는데 생겨날 일자리는 잘 보이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연합뉴스]

 

 

로봇이 바리스타 대신 커피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처럼 없어지는 일자리는 눈에 보이는데 생겨날 일자리는 잘 보이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연합뉴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기술발전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금도 논쟁 중이지만,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정황증거는 곳곳에 널렸다. 특히 인공지능은 단순업무뿐 아니라 고임금·고학력 일자리에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회사 가트너는 수 년내에 의사·변호사·교수·기자·컨설턴트 등 전문직이 하고 있는 업무의 3분의 1 이상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기술예측 전문가인 제이미 서스킨드는 이 현상을 재미있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툭하면 로봇처럼 영혼 없이 말하는 정치인들도 지긋지긋한데, 이제는 정치인처럼 말하는 영혼 없는 로봇까지 생기고 있다”.

다른 한편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짜는 등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일이 생길 것이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반복 작업에서 놓여난 사람들이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더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지는 일자리는 확실히 보이는 데 반해 새로 생길 일자리는 불확실하고 희망 섞인 기대가 많다. 결정적으로 더 수준 높은 업무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런 역량의 미스매치가 지속한다면, 결과는 암울하다. 역량을 갖춘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은 엄청난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질 나쁜 단순 서비스 직종으로 내몰리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해지면, 남은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규제장벽을 쌓거나 투쟁적 노사관계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사회갈등은 더 극심해질 것이다.

급증하는 세계 에듀테크 시장

 

 

오늘날 한국 산업에는 2600만 명이 넘는 취업자가 있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2025년 즈음엔 전체 취업자의 70% 이상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소위 대체위험직업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행정안전부 의뢰로 수행한 연구결과 공무원 직무의 경우에도 25% 이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취업자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에 해당하는 30세에서 49세 사이 1200만 명이 문제다. 이들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에 대해 전혀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신기술의 쓰나미 앞에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각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이들이 기술혁신의 저항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어두운 전망을 밝은 비전으로 바꾸는 유일한 해법은 대한민국을 창조적인 학습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학습사회는 국민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키우거나 새로운 역량을 얻는데 제도적·관행적 장애가 없고, 비용부담 없이 학습의 기회가 가까운 곳에 항상 열려있는 사회다. 또한 새로운 역량으로 신산업을 열어가는 데 규제 장벽이 없어 학습의 인센티브가 충만한 사회이기도 하다. 학습사회를 구축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성장정책이며, 일자리 정책이자, 복지정책이다. 나아가 양극화를 막고,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는 사회정책이기도 하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그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인력의 신기술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 더 시급하다. 성공사례로 잘 알려진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사업도 현장인력이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눈을 뜨고 신기술 적용과정을 선도한 덕분에 성과가 있었고, 세계경제포럼에 의해 한국 최초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정부도 무형의 공공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기업의 재교육 투자에 비례하여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한국이 학습사회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디딤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 한 번 가는 대학이 아니라 일생 두 번, 세 번이라도 대학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역량을 익힐 수 있는 평생학습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 입학절차, 학습의 내용과 형식 등에서 혁신적으로 유연한 발상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경력자들이 대학에서 재교육받고자 할 때 제도적 문턱이 없어야 한다. 재교육의 장으로서 대학의 비전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어려움에 부닥친 대학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학습사회 구현과 미래 신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이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이 동원된 다양한 해법이 많이 나와 있다. 글로벌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20년에 이미 2270억 달러 규모였고, 2025년에는 4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과 구글·네이버·카카오 등 빅 테크 기업과 수많은 기술벤처가 에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에듀테크 기술은 제도권 교육에도 도움이 되지만, 평생학습에서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다니고 있는 직장의 형태나 학습의 목표, 학습여건 등 경력자들이 처한 다양한 학습조건을 고려하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술 역량을 학습하고자 하는 사회적 요구는 이미 넘치고 있다. 지난해 초에 정부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문을 열었다.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를 목표로 한 비학위 과정인데도 불구하고 200명 남짓한 1기 수강생을 선발할 당시 1만 명 이상이 지원하여 경쟁률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위기 때문에 학습사회로 가는 전 세계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코세라는 작년 한 해 동안 신규가입자가 3.5, 수강신청 건수는 4.4배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교과목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 위기는 학습사회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학습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가 넘치는 지금, 창조적 학습사회를 지향하는 한국 산업의 대전환 전략이 시급한 때다. 어떤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학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애 요인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지고 해법을 모아 국가적 공감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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