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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철학 및 교육사] 유가철학과 상담
작성자 : Edu연구소1   조회수 : 509

유가철학과 상담

 

1. 서론

 

전문 상담 및 상담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세기 초, 1905년 경의 직업보도운동과 정신위생운동 등을 통해 전문화된 영역으로서의 상담이 요구되기 시작하였으며, 정신분석 이론, 행동주의 이론 등의 심리학적 사조가 발전하였다. 2차대전의 발발과 함께, 병사들의 선발을 위한 적성검사가 실시되었고, 후송군인에 대한 후속처리가 필요해짐에 따라 전문상담에 대한 요구가 차츰 높아지게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1953년에 이르러서야 상담학, 혹은 상담심리학이라는 학문분파의 이름이 정립되었다.

이처럼 학문영역의 발생자체와 형성 및 방법론의 역사가 길지 않을 뿐더러, 그 모든 이론과 기술정립이 서양에서 발생하여 발전되어왔기 때문에 그 내용과 적용 측면에 있어 동양적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상담자가 내담자와 대화하는 중에 그래서 당신은 지금 외롭군요.’ 하고 내담자의 감정을 파악하여 직설적으로 표현하였을 때, 서양의 내담자들은 상담자의 공감적 이해에 대해 신뢰와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이를 똑같이 한국의 성인상담과정에 적용하였을 때, 한국의 내담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켰다는 당혹감을 느끼거나 상담자와의 관계에 대한 저항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이란 인간의 정서와 깊은 연관을 맺는 활동이므로, 앞으로는 동양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상담학 자체 및 상담기술의 개발과 정립이 앞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본다. 그에 앞서, ‘동양에는 상담이 없었다,’ ‘한국에는 상담이 정착되기에는 극심한 정서적 거리가 있다.’는 식의 논의에서 벗어나, 상담이라는 개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상담현상 및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논리와 전통을 동양사상 및 문화에서 탐구해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불교 철학계에서는 매우 활발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불가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 유아교육학 및 상담학 등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장 사상과 상담학을 연계하고자 하는 작업도 동양사상에 관심이 있는 몇몇 상담학자들에 의해 미미하게나마 시도되고 있으나, 유가사상과 상담을 관련 짓고자 하는 움직임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유가사상에서 파악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정리하고, 그것이 상담이론에 시사할 수 있는 가능성 및 기존의 상담이론을 보완할 수 있는 내담자 역동의 원리를 논하고자 한다.

 

2. 본론

(1) 유가에서 파악한 인간 마음의 속성

 

유가는 수 백여년의 역사를 거쳐 발전해왔으며 따라서 여러 분파와 지맥이 존재하여 통일된 하나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인간의 감정과 사유능력에 관해서도 각각의 다른 입장이 존재하다. 그러나 금장태(1996)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유교의 다양한 논의를 관통하여 특징짓고자 하는 시도를 하였다.

유가 공통의 사유에서, 우주는 하늘, , 사람의 세 가지 존재 영역으로 구성되며, 사람은 하늘과 땅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하늘은 궁극 존재로서 사람에게 성품을 부여하였고, 땅은 자연의 세계로서 사람에게 신체를 부여하였으며, 사람은 자신의 구성 요소들을 독특하게 결합하여 새로운 존재의 영역을 구축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마음, 내면세계, 혹은 정신세계이다. 인간의 마음은 인격의 중심체로서 내면의 통합을 이루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기능을 감당한다. 그런데 마음은 타고난 품성적인 면과 신체의 욕망에 크게 영향받는 감정적 측면으로 인해 끊임없는 갈등의 상태에 놓이기 쉽다.

금장태(1996)는 유가에서 제시한 마음과 관련한 정의와 진술과 관련하여 세 가지의 특징을 도출해내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신을 주재하는 지위를 가졌다는 것, 둘째는 신명이 깃들어 있어서 밝게 통달하는 기능을 가졌다는 것, 셋째, 밝은 덕을 속성으로 가졌는데 이는 의를 통해 드러난나는 사실이다.

먼저, 인간의 마음은 자신을 주재하는 지위를 가졌다. 이는, 하늘과 땅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둘로 환원될 수 없는 묘합의 통합체이다. 그러나 마음은 하늘의 초월적 영역과 기질의 신체적 영역에 닿아있다. 따라서 마음이 때로는 형체의 기질에 따른 사사로운 데서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를 人心이라고 하고, 때로는 천명의 본성에 따라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를 道心이라고 한다. 인심을 도심에 복종하게 하여 그 둘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음의 본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마음의 통제력과 관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사실 유가에서 마음 그 자체를 완전히 대상화할 수는 없다. 마음은 통제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조정하고 통제하는 주체로서의 본성을 지닌다. 주체로서의 마음의 위치를 확정할 때 마음에 생기는 온갖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분명해진다. 마음을 초월하거나 다른 존재에게 의존하는 대신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 마음 자체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고통에 빠진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그 마음이다.

둘째,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품으로 인해 마음은 밝게 통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본래 상태는 하늘의 이치와 어긋나지 않으므로 올바른 마음 자세로 돌아가면 정확한 지각과 판단력이 작용할 수 있다. 원래 마음은 비어있으며 신령스럽다. 따라서 마음을 비우면 신령스러운 능력이 작동할 수 있다. 비어있다는 것은 실체가 없는 진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거울처럼 비치는 모든 것을 다 비출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 미리 작용하는 일정한 형태나 범주가 없으므로 사물들을 왜곡됨 없이 반영하고 실상을 드러낼 수 있음을 말한다. 마음이 신령스러운 능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고정 관념, 선입견, 선이론, 기대, 집착, 욕심 등 무엇인가가 마음을 채우고 있을 경우이다. 채운 마음을 비우는 것은 원래의 마음 상태를 회복하는 것일 뿐 아니라 마음 속에 담겨있는 예민한 판단 능력을 되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은 빈 거울처럼 수용하고 반영하며 아울러 움직이고 퍼져가는 활동성을 띠고 있는데, 마음이 인격 통합의 중심체이며 통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활동성에 기인한다. , 마음의 활동성은 온전하게 비워진 수동성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마음은 능동성과 수동성의 양면성을 지녔다.

셋째, 마음은 밝은 덕을 속성으로 가졌다는 것은 도덕성이 마음에 근거하는 근본 특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마음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선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마음이 발현하여 감정으로 나타날 때 선과 악이 나뉘는 데 특히 마음이 기질에 따라 사사로운 데서 일어날 때 선과 악이 구별되게 된다. 인심이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 이다. 의는 마음의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마음을 주재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마음의 근거를 잃고 악에 물들어 있을 때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를 중심에 세우고 마음의 본래 상태를 회복해야 한다. , 마음을 허령한 상태로 유지하여 도덕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굳은 의지가 요구된다.

 

(2) 유가사상이 상담이론에 시사하는 바

 

유가에서는 본래 상태의 마음이 그 자체로서 온전하며 조화의 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전제한다. 이는 인간의 내부에 자기 치유와 성장의 에너지를 전제한 Rogers의 인간중심 상담이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Rogers는 인간의 마음을 일종의 식물의 씨앗으로 비유하였으며, 상담자가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을 성장시키고 치유해나갈 수 있다는 식의 논지를 펼친다. 유가에서도 인간의 내면세계를 가능태로서 설정하며, 마음을 기른다는 것은 없는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본래 상태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을 뜻하고, 마음의 병이란 마음의 본래 상태이 변화의 과정이 비정상으로 진행될 때 생기는 것이다.

유가에서는 마음이 본래의 바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고 위태롭다고 말한다. 따라서 본래의 모습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의 실천(居敬)이 필요하다. 경의 태도로써 마음의 분열을 방지하고 하나됨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작용 속에서 본래 모습과 은폐 요소를 정밀히 살펴 본래 모습을 지켜서 기르고(存養) 마음을 흐리게 하는 요소를 가려서 제거해야 한다(省察). 또한 유가에서는 에 의해 각성되고 집중된 마음에 지향점을 둠으로써(窮理) 온전한 인간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실적으로 드러난 문제에 집중하여 그것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상담의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내담자의 정신성 자체를 건강하게 하고, 삶의 지향점을 찾게하는 것 또한 상담, 혹은 교육적 상담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은 드러난 상처자체의 치유를 넘어서 내담자의 내면세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내면의 성장과 성숙을 통해 내담자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 현재의 인간중심주의 상담이론에서는 이러한 인간내면의 잠재된 가능성에 대해 전제하지만, 그것의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방법론이 부재한다.

유가에서 제시하는 인간 내부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의식을 상담의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상담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한 방법론을 내담자 역동적 상담이라고 이름붙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3) 내담자 역동적 상담

 

현재 상담이론 및 상담의 방법론은 모두 상담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 물론 그 방법들이 모두 내담자를 수용하고, 내담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위한 내담자 중심적인 성격을 갖지만, 상담과정 전반은 상담자에 의해 주도되며, 상담자의 역할과 기술만이 강조될 뿐, 내담자가 자기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과 프로그램은 논의된 바가 없다.

그러나 상담이라는 과정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맺고 함께 운영해가는 관계이며,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의 성장을 추구하지만, 내담자의 삶에서의 문제해결이 주가 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상담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내담자의 노력도 요구되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변화를 일방적으로 자극하고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가 자기 치유와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도, 그 중요성만을 강조할 뿐, 구체적인 내담자의 수련방법에 대한 논의는 상담분야에 있어 거의 전무하다.

물론 모든 내담자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상담에 참여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에 와서 수동적으로 상담과정을 받아들이는 내담자와, 매 회기의 상담 후에 상담시간 중 자신이 상담자와 나눈 대화와 그를 통해 일어난 미세한 감정의 움직임, 새롭게 알게된 점과 새로 얻게된 고민 등을 기록하고, 다음 상담때까지 그 기록을 숙지하여 사고한 뒤, 상담 직전 일주일간의 생활에의 적용과 사유의 결과를 정리하여 상담에 임하는 내담자 사이에는 그 발전의 속도와 양상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담자의 역동성을 자극하여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관심과 반성, 수양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한다면 좀더 상담의 과정에 있어 효과성과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수양의 과정은 유가철학을 포함한 동양철학 전반에서 이루어진다. 유가와 불가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현대화하고 적용하여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

 

이 글에서는 유가사상에서 인간의 내면세계, 즉 마음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정리하고 그것이 상담이론에 시사하는 바와, 나아가 기존의 상담이론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포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상담분야는 학문의 역사가 짧고 지금도 이론과 실제적 방법론이 매우 활발하게 발달하는 과정중에 있으며, 분야 자체가 한국에 유입된 지는 불과 5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상담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뿐, 동양의 고전과 동양인의 생활 속에는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언급과 그것을 다루는 활동들의 원리, 그리고 그 활동들의 구체적인 방법론들이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서구의 이론을 받아들이는 것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동양의 사상을 근간으로 한 보다 풍부하고 발전된 형태의 상담이론이 한국 및 다른 동양의 학자들에 의해 탄생 및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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