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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학] 목민관, 다산 정약용(1762~1836)
작성자 : Edu연구소1   조회수 : 522

목민관, 다산 정약용(1762~1836)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 보자. 글을 쓰는 것은 단순한 글자의 나열을 넘어 글자에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불어 넣는 영혼이 깃든 작업이다. 주제와 관련 있는 단어, 그 단어와 단어의 연결로 이루어진 문장, 문장과 문장이 모여 단원이 되고 단원이 모여 의도한 한편의 글이 된다. 드디어 같은 주제를 담은 글이 모여 한 책의 책이 완성된다. 이러니 평생 한 권의 책조차 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줄의 글도 쉽게 써지는 법이 없지 않은가. 특히 구직을 위해 쓰는 여러 가지 양식의 글을 쓰면서 얼마나 난감했는지 생각해 보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영혼 속에 깃든 지식을 마른 걸레 짜듯 해야 하는 소득 없고 힘만 드는 일이다. 작정하고 메시지를 담아 글을 쓰기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 권도 아니고 500권을 쓴 사람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18세기 우리나라의 르네상스기라고 할 수 있는 영조 임금 재위기간에 태어나(1762)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으면 순조 임금 때(1836)까지 살았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작은 지방관리의 개인적 수양과 업무수행에 관해 기록한 <목민심서>, 토지제도의 개혁을 다룬 <경세유표>, 조선시대 형법을 다룬 <흠흠신서> 등이다. 세 저서의 공통점은 백성을 위한 위민(爲民)의 입장에서 쓴 책들이다.

 

그 중에서 지방관의 행실에 관한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좀 더 살펴보자. 목민이란 백성을 다스림의 뜻이고 목민관은 그런 사람을 의미한다. 요즘 말로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공무원 전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해본다. 지금 다산이 살아 어느 지방 도시의 목민관으로 부임한다면 제일 먼저 무슨 일부터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의 인성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산은 인간의 본성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의 생각은 성리학의 인성론과는 배치된다. 대부분의 유학자들은 인간 본성의 선천성을 강조한다. 어떤 이는 인간이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선한 본성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다른 쪽에선 인간이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으니 교육의 힘으로 악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악의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산은 그들과 생각이 다르다. 엉뚱한 물음의 답을 해보자.

 

그는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부임 전 그 고을 백성들이 어떤 목민관을 원하는지, 그리고 백성들이 지금 현재 절실히 원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여론 조사를 실시하여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것이다. 이런 정치적 행동의 근거는 그의 상대론적 인간관과 위민정신에 있다. 이미 정해진 인간 존재의 이치인 인()과 예()로 무장한 성리학자들이 나를 따르라식의 정해진 행동규범을 백성들에게 강요한 것과는 달리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실사구시: 현실 속에서 문제의 답을 찾는다.)으로 무장한 다산은 백성들 각자가 자신의 길(욕구)을 갈 때 그 백성을 따르라는 마음으로 그들이 가는 길을 미리 예측하고 묵묵히 그들의 뒤를 따를 것이다. 백성들의 삶을 오롯이 돌볼 것이다. 이런 다산의 행동은 성리학의 폐해(임진왜란, 병자호란, 당쟁과 민란 그리고 관료들의 부패 등)로 도탄(흙탕물에 빠지고 숯불에 떨어진 상태)에 빠진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산의 마음이 묻어 있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도탄에 빠져 있다. 부모세대는 건강과 노후준비라는 도탄에, 3,40대는 자식교육이라는 도탄에, 20대는 구직이라는 생존의 도탄에 그리고 10대는 진학이라는 공부의 도탄에 빠져 있다. 얽히고설킨 각자의 도탄에서 탈출해야 한다. 내 힘만으로는 부대낀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모두가 도탄에 빠졌으니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시대의 목민관들은 쉽게 말한다. ‘힘내!’, ‘안되면 더 노~력해!!’라고. 우리가 원하는 리더, 즉 목민관은 인예(仁禮)만 부르짖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도탄에 빠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힘 빠지는 영혼 없는 위로의 말이 아니라 나의 길(먹고 살려는 욕구)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다산이 살았던 당시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대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나의 문제는 더 중요하다. 국가보다 집단보다 한 사람이 귀중한 시대다. 목민관 자신의 생각으로 이렇게 하자.’가 아니라 국민들이 그렇게 하니 따르자는 민본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대형 참사도 경제적 효율성이 원인 아닌가. 다수가 행복하다고 해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를 돌아봐 주는 목민관을 원한다.

 

도덕은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어른들이 내세우는 도덕성이 젊은이들에겐 빈 밥그릇에 불과하다. 율곡 이이(1536~1584)도 그의 저서 <성학집요>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지만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다산 역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실존이 본질에 앞서 듯 먹고 사는 것(경제)은 인의(도덕)에 앞선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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