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보는 시각

 교육을 보는 시각은 교육학자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앞 장에서 밝힌 바, 다양한 교육의 정의를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교육이란 문화, 가치, 지식, 기술, 태도 등의 가치 있는 것을 전수(transmission)해 주는 활동으로 보는 관점으로 지식의 전수, 즉 교육내용을 강조하는 정의이다. 둘째, 교육이란 인간의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도록 돕는 활동으로 보는 관점으로 자아실현이나 사회화, 즉 교육의 목적을 강조한 정의이다. 셋째, 인간 행동의 바람직한 변화와 관련된 활동으로 보는 관점으로 행동이란 지식, 기억, 사고, 이해, 창의력, 가치관, 동기, 성격, 자아개념 등을 포함하는 것, 즉 교육과정이나 방법을 강조하는 정의이다. 

 결국 교육은 인간 내면세계의 심층까지 변화시키기를 원하는 활동이며 동시에 사회, 민족, 국가, 세계와 같은 환경을 개선하고 변화시키려는 작용이 교육이다. 교육은 축적된 문화를 전수하는 활동이면서도 새로운 역사나 문화를 창조하는 미래지향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교육이란 다음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이 제시될 때 비로소 가능한 활동이다. 첫째,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둘째, 인간이란 어떤 존재가 되어야만 하는가? 셋째, 어떻게 인간은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교육이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을 위한 유일한 활동이며, 작용이다. 교육은 인간에 관한 학문이다. 교육학은 인간성에 명확한 개념규정을 내리고자 하는 인간학을 전제로 한다. 인간본질의 규명 없이 교육을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인간본질이 이성적 동물이라면 인간은 이성적 존재일 때 인간이 될 수 있다. 학습자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교육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마리땡(Maritain)은 “교육의 목표가 인간적 성취를 이루도록 하는데 있다면 결국 교육은 인간철학을 상정해야 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대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고 하면서 교육이라는 활동과 현상이 가능하기 위해선 먼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인간은 신체적 나약함, 잠재가능성과 가소성을 존재조건으로 태어난다. 바로 이런 인간의 존재조건 자체가 교육을 필요로 한다. 교육이란 나약한 존재를 보호해 주고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그리고 하나의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들을 잠재적 능력들 속에서 이끌어내고 키워주는 작용 및 활동이다. 인간은 인간으로의 가능성을 교육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존재이다. 

 인간정신․인간행동을 고찰․탐구하는 철학의 한 부분이 인간학(人間學 anthropology)이다. 이것은 인간성의 본질, 인간의 우주에서의 지위 등에 대한 논구(論究, 사물의 이치를 깊이 따져 논함)를 포함하고 있었다. 인간의 신체론과 정신론(심리학)을 합하여 인간학이라 한다.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관점으로 사실(fact)적 접근과 규범(value)적 접근이 있다. 사실적 접근은 인간을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 보는 반면, 규범적 접근은 인간을 철학적․종교적 탐구 대상으로 본다. 사실적 접근으로서의 과학적 인간관은 인간의 행동을 경험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하여 수량화할 수 있는 특성들만이 인간이해를 위한 탐구영역으로 인정한다. 규범적 접근으로서의 철학적․종교적 인간은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인간을 이해한다. 특히 규범적 접근은 과학적 인간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의 극복을 강조한 후기 현대철학의 기본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관심과 동기, 선입견, 신념 등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이 두 관점은 인간에게는 어떤 변하지 않는 불변의 본성이나 본질이 자연 또는 신에 의해 주어져 있다는 공통된 신념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에 의한 다양한 인간의 정의를 살펴보자. 

 1. 전통적 인간관: 르네상스 이전까지 아동은 성인의 축소물에 불과했다. 규모(크기)만 다를 뿐 성인과 똑같다고 여겨 여러 방면에서 성인의 역할을 강요받았다. 아동은 표현방법이 미숙할 뿐 성인과 동일한 본성과 도덕적 관념은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2. 이상주의 인간관: 신의 피조물로 보는 입장으로,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도 신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본다. 신이 부여한 능력의 계발과 인격의 존중을 강조한다. 인간은 정신적(이성적) 존재이다.

 3. 과학적 실학주의 인간관: 고도로 발달된 신경조직과 자연적인 사회성을 가진 생물학적 유기체로 다른 동물과 별 차이가 없다. 사고라는 기능은 유기체의 신진대사와 같은 기능과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4. 실용주의 인간관: 인간의 바람직한 발달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달렸다. 인간이 정신적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인간은 고도로 복잡한 섬세한 기계와 같다고 본다. 그러므로 아동들의 경험을 재구조화(재구성)함으로써 능동적이고 사고하는 유기체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5. 성악설적 인간관: 순자, 홉스의 견해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악한 존재로 본다. 하지만 도덕성을 함양하면 선화(善化) 될 수 있다고 본다. 

 6. 성선설적 인간관: 맹자와 루소의 견해로 인간의 본성을 양지양능(良知良能-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알며, 또한 행할 수 있는 타고난 지능)을 지닌 존재로 보고 마음 속 선한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라고(선한 본성을 실천하라고) 권한다. 

 7. 로크의 백지설: 인간은 아무런 선천적 능력이 없는 백지상태(tabula rasa)로 태어난다.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살아가면서 경험한 내용에 불과하다. 어떤 경험을 하였느냐에 따라 인간이 형성된다고 본다. 환경결정론이라고도 한다. 

8. 본능설의 인간관: 프로이트(Freud)는 인간의 활동 에너지는 본능에서 나온다고 본다. 인간은 생후 6년 동안 비합리적 힘, 무의식적인 동기,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충동, 그리고 인간의 심리성적발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정론적 인간관이다. 인간은 자유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무의식에 좌우되는 존재이다.

 9. 교육적 존재로서의 인간관: Kant는 “교육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하는 교육만능설을 주장하였다. 현재의 인간은 교육 받은 정도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교육만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