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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론 · 교수학습] 사범대학 및 교육계열의 새로운 교수방법
작성자 : Edu연구소1   조회수 : 896

교육계열 교수 방법의 새로운 시도

1. 문제의 제기

 

교육계열 교수 방법의 새로운 시도라는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필자는 먼저 최근의 개인적인 경험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전 필자는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미국학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세계 각국의 중등 교육관계자들에게 미국의 역사, 지리, 교육, 사회 및 문화 등을 소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각국의 올바른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 20개 국가에서 26명의 중등 교육 관계자들이 참가하였는데, 이중 상당수는 각국의 중등학교 영어와 역사 및 지리 교사들이었다. 필자에게는 이 기회가 우선적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일반적 특성과, 특히 미국 교육제도의 역사적 기원 및 그 특징, 그리고 최근의 교육개혁 동향 등을 이해하는 데에 귀중한 계기가 되었지만, 연수 기간중 필자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심어 준 것은 함께 참여했던 유럽의 중등 교사들의 우수한 자질과 능력, 그리고 그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유럽 중등 교육의 우수성이었다. 연수 기간 내내 그들은 귀국 후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업 계획을 작성하고 이에 필요한 각종 참고 자료들을 수집하였는데, 그 수업 계획에 담긴 내용의 수준이 우리의 중·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수준이었으며, 바로 이점이 필자로 하여금 우리나라 중등 교육의 현주소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하나의 예로서, 구 동독 지역에서 온 한 김나지움 상급반(11-12학년) 고급수준 코스(Leistungkurs) 담당 영어 교사는 60-80년대의 미국 팝송 중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팝송의 테이프와 가사, 그리고 각각의 노래에 담긴 정치적·사회적 사건과 이슈에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 Billy Joel, We didn't start the fire). 그 교사는 수업 시간 중 몇몇 테이프를 들려주고 거기에 나타난 사회문제나 정치적 이슈에 대하여 학생들과 토론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독일에서의 고급수준 코스 영어교과는 언어와 문학은 물론 영어 사용 국가의 역사, 지리, 정치, 문화, 종교, 사회 문제 등등을 포괄하는 지역연구(area study)’의 성격을 띠며, 수업시간 중 교사와 학생들은 영어로만 토론을 진행한다고 한다.) 또 다른 독일의 영어 교사는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지역의 계층에 따른 거주 지역의 분리 현상에 관한 자료를 조사·정리하였으며, 이와 함께 지역 주민중 상류층, 중산층, 아시아계 미국인, 히스파닉계 미국인 등등을 대상으로 각자의 관점에서 보는 미국인의 생활상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를 녹음하였다. 이 교사는 또한 LA 및 샌프란시스코의 홈리스의 생활 모습과 뉴욕시 할렘 지역의 생활 모습 등을 슬라이드 필름에 담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자료들은 모두 오늘날 미국내 도시지역의 생활상에 관한 수업 시간 중에 직접 활용될 것이라고 하였다. 포르투칼의 고등학교 영어교사는 60년대 이후의 풍자 만화에 나타난 미국의 시대적 상황과 만화 주인공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중의 여론을 이끌어 갔는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헝가리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는 미국의 원주민중 나바호 인디안의 종족 설화와 종교 및 세계관·자연관, 유럽인 침입에 따른 갈등의 양상과 종족의 위기, 오늘날의 생활의 양상과 제반 문제점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정리하였다. 벨지움의 지리교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관개사업과 농업의 발달 과정 및 최근의 외국과의 농업 분쟁에 관한 자료를, 그리고 아일랜드의 역사 교사는 남북전쟁의 경제적 배경과 특히 노예문제와 관련된 정치적 쟁점에 관한 각종 원자료들(: 당시의 신문 기사, 노예제도에 관한 찬반 논쟁 연설문, 노예 매매 광고 사본 등)을 수집하였다.

유럽 각국의 중등학교 교사들이 이와 같은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수업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우선 떠오른 생각은, 과연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이들 유럽 교사들과 같은 전문적인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과연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들 중 세익스피어의 문학 작품을 학생들에게 해설해주고 이에 대하여 학생들과 영어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역사 교사들이 수업 시간 중 원자료들을 가지고 역사적인 사건을 학생들과 함께 분석·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만일 지금과 같은 교과서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의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하나의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주제를 스스로 준비하여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교사는 얼마나 될 것인가? 또는 현재 제도 안에서라도, 적어도 교과서 이외의 보충 자료들을 수업 시간 중에 활용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 것인가?

물론 우리나라와 유럽의 교사들의 능력을 이와 같이 일대일로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많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우선 문화권의 차이가 있고, 더욱 중요하게는 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구조가 대단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중앙 집권적 교육과정 제도와 교과서 정책 및 경직된 대학 입시제도의 틀 아래에서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주어진 교과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장 소화하기 쉽게해설해 주는 일이며, 따라서 교사들은 스스로 학습 내용을 구안하거나 새로운 교수 자료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결과 교사들은 이러한 능력을 계발할 동기도 갖지 못하며, 많은 경우 그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실적 여건에 대한 고려가 곧 현상태에의 안주를 정당화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우리의 중등 교육은 변화를 요구하며, 이는 다시 중등 교사의 능력과 자질의 변화, 그리고 더 나아가 중등 교사 양성교육 프로그램의 변화를 요구한다. 비록 교사의 변화만으로 소기의 교육 개혁을 기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개혁에 있어서 현장 변화의 가장 궁극적인 주체는 교사요 결국 우리의 교육을 바로 잡는 일은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점에서 오늘의 토의 주제인 교육계열에서의 새로운 교수방법의 시도라는 문제는 단순히 이화여대 사범대학의 교수방법의 개선과 관련된 문제로만 이해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우리나라 중등 교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의 출발점과 관련된 문제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2. 사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

 

본 절에서는, 이 시점에서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방안이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필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를 정리해 보는 것은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이나 교육 프로그램의 모색이 어떤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첫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대학 평가 인정제도에 따라 자체적인 질관리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근자에 이르러 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수월성 유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본교에서도 우리가 제공해 왔던 교육 프로그램이 과연 질적으로 우수한 것인지, 또는 사회적인 적합성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그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한가지 방안은 본교 졸업생 및 재학생을 대상으로 현재 본교에서 제공되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만족도를 확인하고 그 문제점을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중등 교사 양성 기관으로서, 학교 현장에 나가 있는 졸업생들을 통해 교사로서의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다양한 능력중 본교에서 불충분하게 취급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향후의 사대 교육과정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

둘째로, 사대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본교 사범대학의 특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일과도 직결된다. 대학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본교 특유의 장점을 확립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교사 양성 교육 체제의 개선과 관련하여, 교사 양성 기관에 대한 평가 인정제도(accreditation)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도 본교 사대 교육과정의 특징적인 장점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교의 사대는 사립대학으로서는 최초의 사범대학이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에 걸맞게 우리나라 사범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주는 데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로, 사대 교육과정 개선의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교육 발전 방향에 맞추어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교사 양성교육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몇달 전에 발표된 교육개혁안에 담긴 중등 교육 개혁 방안은 중등 교사의 역할과 요구되는 자질 및 능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에 따라 교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 또한 이에 맞추어 변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등 교육 개혁 방향 중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학교 중심 교육과정 개발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과, 수준별 교육과정(특히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고급 수준 교육과정)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학생들의 교과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히려고 한다는 점 등이다. 학교 중심 교육과정의 도입은 교사들에게 스스로 교육과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과 연구의 태도를 요구하며, 고급 수준의 교육과정 도입은 보다 학자적인 능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경우 복수 과목 자격 교사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교사 교육과정의 개선은 단순히 학교 현장의 변화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입장에서만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 본고의 서두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교사의 변화는 모든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근자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중등 학교 교육과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그러한 개정은 교사의 자질과 능력의 향상에 의해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며, 이점에서 교사 교육과정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교육을 바로 잡는 일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상으로 사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몇가지 이유들을 살펴 보았다. 이제 이하에서는 현행의 우리나라 사범대학 교육과정의 문제점으로 종종 지적되는 것들을 살펴본 후 사대 교육과정 및 교수 학습 방법의 개선 방향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간략하게 언급해 보겠다. 한가지 사족으로 덧붙일 것은, 필자는 아직 본교 사대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아래에 제시되는 일반적인 문제점 중 어느 것이 본교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사대의 교육과정을 재검토하고 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단기간 안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오늘의 토론은 본교의 교육과정을 재검토하고 그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우리나라 사범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일반적인 문제점

 

우리나라의 중등 교사 양성 교육의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 졌다. 이들 연구들을 통해 지적되고 있는 중등 교사 양성 교육의 문제점 중 특히 중등 교사 양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범대학의 교육 내용과 방법에 관한 문제만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우리나라 사범대학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가장 자주 제기되는 문제점의 하나는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이 중등 교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으로서의 특성을 충실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특히 사범대학의 교육 내용이나 교과 편제가 인문대학이나 자연과학 대학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점이 사대 교육과정의 전문성을 약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범대학의 교육 내용은 크게 교양 과목, 교직 과목, 교과 내용에 관한 과목 및 교과 지도 방법에 관한 과목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이중 사범대학 교육내용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은 교직과목교과 지도 방법에 관한 과목일 것이다. 따라서, 목하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의 요체는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이 교직과목이나 교과 지도 방법에 관한 과목을 통하여 일반 대학 졸업생들은, 비록 소정의 비사범계 교직과목들을 이수하였다고 하더라도, 갖출 수 없는 전문적인 능력과 자질을 길러주고 있는가에 관한 의문의 제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러한 의문은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종종 제기되는 사범대학 무용론, 또는 폐지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현재의 교육과정상으로 볼 때 사대의 특징이라는 것이 교직과목 몇개와 교과 교육 관련과목 2-3개 정도에 있다면 굳이 사범대학을 별도로 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대를 다른 대학과 통합 운영하고,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가 10여개 남짓하는 교직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만일 의과 대학 교육과정의 전문성10여개 미만의 교과목에 의해서 유지된다면, 같은 논리에 의해 의과 대학의 폐지론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교사의 자질을 기능인의 측면에서만 규정하며, 따라서 사범대학생으로서 겪게 되는 다양한 잠재적 교육과정(예컨대 교육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나 교사로서의 사명의식, 그리고 교사 후보생으로서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는 것과 같은 마음의 준비 등)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문제점을 갖고는 있으나, 적어도 우리나라 사범대학의 현행 교육과정의 전문성 결여라는 문제를 지적해 준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할 점은, 현재의 사대 교육과정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곧 사범대학 자체의 폐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교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 부족한 점이 많으니 이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식의 주장으로, 현행의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나 그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요, 결국 우리나라 중등 교육의 개선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만일 현행의 사범대학 교육과정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우리의 과제는 그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만 중등 교사의 자질 향상과 궁극적으로 우리의 교육의 개혁이 가능한 것이다.

 

둘째로, 첫째 문제와도 관련되는 것이지만, 현행의 사범대학 교육과정 내용이 학생들의 교직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써먹을 수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이 된다. 비록 교직과목을 통해 다양한 교육이론을 접하고, 또한 교과 내용에 관한 깊이있는 지식과 그 지도법을 배우기는 하였지만 그런 것들은 너무나 이론적이거나 탁상 공론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능력(예컨대, 수업 계획 작성법, 학교 교육과정 편성법, 현장 연구법, 판서법, 부진아 지도법, 특별활동 지도법 등등)은 누락되기가 일쑤라는 일선 교사들의 푸념은 바로 사범대학 교육과정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의 제기인 것이다.

사범대학 교육 내용의 적합성과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중등 교사 양성 기관인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에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내용이 충실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사회과와 과학과의 경우 중학교 단계에서는 이들 교과가 통합 교과로 운영되고 있고, 고등학교에서도 공통 사회공통 과학이라는 교과가 개설되어 있음에도 사범대학의 학과는 일반사회·역사·지리·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전공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그 결과 특히 중학교 단계에서는 과학 및 사회과 교사들이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예컨대 자신의 전공 분야 이외의 영역에 대해서도 일정 수의 과목을 필수로 이수시킴으로써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교재 연구나 교과 지도법 등 교과교육 관련 과목의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의 실습과 연습의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종종 제기된다. 실습 기간의 운영에 대해서는 별도로 살펴보겠지만, 학생들이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실무능력들은 교과 교육 관련과목이나 교직과목을 통하여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들 과목들을 통해 예컨대, 중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초한 다양한 수업 계획의 작성, 모의 수업의 진행과 다양한 교수법의 활용, 다양한 교육매체의 활용, 평가 문항의 작성 연습 등등과 같은 보다 많은 훈련 및 연습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각 분야에서의 이론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험을 통해 실무 능력을 기르고, 또한 체험 가운데 느끼는 문제점들을 다시금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교사 양성 교육의 문제를 단순히 교과 지식 + 수업 기술의 문제로 보는 입장 또한 경계되어야 한다. 수업과 관련된 실무 능력을 강조하는 경우, 자칫 모든 교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수업의 방법과 기술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교직과목의 주된 과제는 이러한 기술의 양성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견해는 교사의 전문성을 기술자의 수준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교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적 판단의 능력, 즉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의 성격과 가르치는 학생의 제반 특성을 고려하여 교수행위를 설계해야 하는 교사의 전문적 판단력의 중요성을 소홀히 취급하기 쉽다.

 

셋째, 사범대학의 교수 방법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범대학 교수들이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방법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70% 이상의 수업이 필기식 강의나 설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작업, 실험, 실습 등은 그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는 사범대학 교육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사범대학을 졸업하는 교사에게 전달되어 중등학교 수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대체로 교사들은 자기가 학교에서 배운 방식대로 학생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 교사들은 국민학교나 중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들이 사용했던 수업 방식을 회상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또는 교사 양성 교육기간중에 배운 방식대로 학생을 지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사범대학에서의 수업은 모범적인 수업의 형태에 대한 시범의 장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가급적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사범대학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지적되는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교육 실습이 충실하게 편성·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실습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 교원 양성 교육기관에서 배운 교육에 관한 원리와 지식을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해 봄으로써 이를 더욱 생생하게 익히는 과정이요, 또한 교사의 역할을 실지로 수행해 보는 가운데 자신의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다. , 일정기간 실습학교에 가서 관찰과 참가, 실무 실습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학습지도, 생활지도, 특별활동, 교육과정의 운영, 학급 경영 등에서 실제적인 경험을 함으로써 교직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사로서 요구되는 기본 능력을 배양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전문직종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교육 실습은 교사 양성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단계이며, 그 실습 경험의 질에 따라 향후 교단에서의 업무 수행 능력이 크게 좌우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 실습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사범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육실습은 다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며, 그 결과 교육 실습이 의도하는 소기의 목표를 충실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실습 기간 자체가 보통 4주 정도로 매우 짧으며, 그나마 실습의 내용도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범대학과 실습 학교 사이의 연계나 협조체제도 미흡하여 실습의 내용이나 평가 방식에 대한 협의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으며, 실습 기간 이후 실습 경험의 내용에 대해 대학 교수, 실습 지도 교사, 학생이 서로 협의하고 문제점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실습은 단지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무의미한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4. 사대 교육과정 개선의 몇 가지 방향

 

이제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하여 본교 사범대학 교육과정의 개선 방향에 대한 필자 나름의 견해를 생각나는대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제 겨우 한 학기를 근무한 상태에서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무모하고 주제 넘은 일임에는 틀림 없지만, 필자의 제언이 보다 타당성 있는 개선 방안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논의의 실마리가 되어 주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1) 교육과정 구안 능력의 배양

6차 교육과정 이래, 학교중심 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 교사는 중앙에서 개발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전달받아 이를 다시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는 테크니션의 위치에서, 자신의 학생들에게 가장 소중한 교육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이에 필요한 교수 학습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전문인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지식의 성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되며, 이와 함께 교육의 본질, 그리고 학습자의 특성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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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하는 교사의 자세 정립 및 연구 능력 배양

향후의 학교 중심 교육과정 운영에 따라 교사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능력은 현장 연구 능력이다. 여기서의 현장 연구는 특히 교육과정의 운영과 관련하여, 새로운 교수 방법을 구안하고 시도해 보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교과서의 내용을 알기쉽게 설명해주던 때와는 달리 이제 교사들은 각종 교과 교육 연구회‘National Geography’, ‘Forum’ 등의 관련 전문 저널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 양성 교육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문헌과 자료에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3) 교육 실습의 강화

교원 자격에 관한 법령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교만 교육 실습의 기간을 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교육 실습의 내용을 체계화하고 실습학교와의 연계 및 협력 체제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영국, 미국, 독일 등의 국가에서도 교육 실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바, 이들 국가의 사례를 검토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를 보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학교 현장 중심 교사 양성 제도를 통해 학교 현장 실습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는데, 4년제 교사 양성 코스의 경우 약 20%, 그리고 1년제 교육대학원 코스의 경우 약 50% 정도가 실습에 할당되고 있다. 학교 현장 중심 교사 양성 교육의 보다 중요한 의미는 사범대학과 실습학교 사이의 협조체제partnership)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인데, 실습 지도교사가 교사 양성 교육과정의 편성과 평가에도 관여할 만큼 학교 현장의 견해가 교사 양성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다.

 

4) 교원 연수원 운영의 방향

사대 교육과정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앞에서 검토된 문제점들은 본교 사대에서 운영하게 될 중등 교원 연수원의 운영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연수 내용의 선정시 고객의 요구가 충실하게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교원 연수 교육은, 교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길러주기보다는 연수 담당 강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연수 교육은 실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례적인 과정으로 인식되어 왔고 교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교원 연수원의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에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황규호, 교육학과).

 

<참고 문헌>

 

김영우 (1994), ‘교사교육 프로그램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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